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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동체
Homez
2024. 11. 4. 19:28
언젠가 돌담을 보면서 옆에 있던 친구가 감탄을 했다.
와! 돌담 쌓는 기술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춘거야?
한창 논문으로 평가기준을 검토하고 있던 나는
기준으로 정확하게 가르고 가르려고 해도
애매한 어느 회색지대 같은 영역 때문에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었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려는 사람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
또 균형을 이루어 돌아갔다.
그 날 그 돌담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무언가 띡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엉성하고 부족한 것들이 조합되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상태
어설프게 기준을 만든다고
그 완벽한 상태를 오히려 깨는
잣대를 또 하나 내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스러움
그 시절 내가 품던 마음의 소리였다.
우리는 법이나 규제나 기준이 무언가를 정당하고
공정하게 판단해줄 것을 기대하고
그럴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믿음을 가진다.
그 믿음이 깨지기 전까지는
그러나 항상 중간지대가 있다.
선과 악
엃고 그름을 칼 같이 자르기 어렵고
단순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상황마다 매번 달라지는
그 애매한 중간지대
AI로 모든 것을 대체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회색지대
그 틈.
일제때 우리를 깨고 종속하기 위해
무던히 공을 들인 부분이
품앗이와 두레 같은 지역 공동체 였다 한다.
사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들을
알아서 원만하게 돌아가게 해주는 에너지
우리는 누군가의 온정, 관심, 작은 배려로 살아간다.
그것을 인지하던 그렇지 못하던 간에
그 틈을 메워주는 고마운
이름 모를 배려로 살아가고 삶을 지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