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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주는 선물

탁 트이는 곳으로 이사하고 아침마다 일출을 보는 호사를 누린다. 언젠가 남해로 내려가신 친구 부모님 댁에 놀러 갔는데 그날의 밤하늘은 정말 가슴 벅찼다. 아!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나도 모르게 떨어질까 봐 눈을 감게 되는 신기한 경험 시골집에서는 아침의 참새 지저귐도 비가 오고 눈이 오는 풍경도 그 냄새도 당연하기만 했고 지천에 깔린 풀, 너무 자연스럽게 널브러진 자연이 천지인지라 오히려 매끈한 건물과 전자장비에만 눈이 갔다. 그 마루에 앉아있으면 별똥별도 볼 수 있고 은하수도 보였다는데 정말 몰랐다. 그 흔한 조형물도 없이 문 열면 다른 집 건물 창문이 보이는 여백이라곤 찾기 힘든 팍팍하고 인색한 서울에 치이다 보니 (좀 더 여유 있고 잘 정비된 곳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널..

소소한 일상 2024.11.14

연어 맛집

잠실새내역 지하상가에 있는 진미참치 오고 가는 길에 눈팅하다 3년 만에 첫발을 내딛고 그 후론 자칭 단골이 되었다. 연어 초밥은 상콤하고 신선한데 도톰하고 사케동은 밥이 좀 있다 보니 약간 뭉근하고 날치알과 고추냉이가 어우러져 든든하고 즐겁다. 알탕. 고춧가루만 잔뜩 들어간 텁텁한 알탕이 아니라 알이 오래되어 푹푹한 게 아니라 라면맛 나는 그런 탕이 아니라 음식점에서 파는 탕 중 깔끔하다. 대구탕도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에 뼈 바르는 게 귀찮아서 자주 주문하지는 않는다. 회덮밥. 물회도 괜찮다. 개인 취향이라 차가운 음식에 손이 덜 가서 평이 애매하다. ;;; 한 번쯤 들러보시길 매장이 작고 협소하지민 포장도 가능하다. 탕은 포장도 무난하지만 연어류는 매장에서 먹는 걸 개인적으로 ..

소소한 일상 2024.11.12

틈, 공동체

언젠가 돌담을 보면서 옆에 있던 친구가 감탄을 했다. 와! 돌담 쌓는 기술이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춘거야? 한창 논문으로 평가기준을 검토하고 있던 나는 기준으로 정확하게 가르고 가르려고 해도 애매한 어느 회색지대 같은 영역 때문에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었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려는 사람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 또 균형을 이루어 돌아갔다. 그 날 그 돌담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무언가 띡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엉성하고 부족한 것들이 조합되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상태 어설프게 기준을 만든다고 그 완벽한 상태를 오히려 깨는 잣대를 또 하나 내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스러움 그 시절 내가 품던 마음의 소리였다. 우리는 법이나 규제나 기준이 무언가를 정당하고 공..

카테고리 없음 2024.11.04

시간, 속도, 그리고 피로도

이사 온 지 어느덧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이제야 조금 출퇴근의 무게에 적응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게 저녁은 너무 짧다. 식사를 하고 30분 정도 쉬면서 정신 차리면 30분 뒤 자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온다. 시간은 최적화해서 출퇴근 시간을 20여분 단축하는 데 성공했고(아직까지는)그래서 실질적인 출퇴근 시간은 10-15분 길어진 건데피로도는 1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5 시간 줄어든 기분이다.그래서 일주일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왜일까??여러 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나만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땅에 발을 딛고 중력을 느끼며 사는 동물인지라아무리 무언가 나를 빠르게 날라주어도나의 몸은 그 속도와 거리를 비례하는 정도의 크기는 아니더라도지나가는 동안 그 힘을 모두..

소소한 일상 2024.10.30

어쩌다 자출사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실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기보다 자전거를 보조적으로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다. 출퇴근 시간 10-20분 단축을 위해 출발과 도착지에 자전거를 배치했다. 왜?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었다면 관리해야 하고 도난 우려도 높은 자전거를 굳이 애써서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 내내 서서 가는 지하철 끝에 다시 20여분을 걸어야 하는 환경에 놓인 나는 뭐라도 해야 했다. 마지막 목적지를 앞에 두고 잠시나마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두고 쉬어가는 느낌으로 10여분 아끼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쉬어 가는 느낌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회사 근처 자전거는 내가 모든 걸 해결해야 하니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점포도 하나 없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4.10.24

오래된 가구

나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잘 질려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닳지 않았으면 좋겠고,고장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가구도 튼튼한 원목에 눈이 간다.짝궁은 튼튼해서 망가지지 않는 가구를 못마땅해 한다.꼭 '튼튼'함이 문제라기 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튼튼해서 망가지지 않으니 바꾸기 애매해져서 못마땅한 거다. 가족들은 집 인테리어와 동떨어진 원목가구가 어색하다 한다.(그렇다 원목은 좋아하는데 감각은 떨어진다 ㅜ.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남아있는 물건들을 정리했다.가치는 알 수 없으나 지금껏 몇번의 이사에서 살아남은(?) 물건이니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한번에 정리하지 못하고가져갈 것. 버릴 것. 보류로 구분해서 정리했다. 덩치가 큰 원목 소파와 침대는 다들 선뜻 결정하기 부담스러워 ..

사는 이야기 2024.10.16

흑백요리사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에 대하여

흑백요리사가 인기다. 그 인기에 늦게 합류했다. 파인 다이닝이라는 세계는 예술과 비슷했다. 재미를 위해 패러디도 생기고 말투를 따라하기는 하지만그 경지에 이르도록 연습하고 고민했을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간이 느껴진다.(쓸데없이) 차안에서 가볍에 이 얘기 저얘기하다 돈에 맞춰 일하는 것과 그 이상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완벽에 가까운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은 아름답다. 훌륭하다.그러나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좋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파인다이닝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실제 마진률이 5%내외라 투자자 없이 살아남기 어렵다 한다. 예전에 미싱계의 전설회사가 있었는데너무 고장이 안나서 망했다더라와 비슷한 맥락이다. 무엇이 맞다하기 어렵다.그러나 많은 생각을 하게..

사는 이야기 2024.10.14

플랫폼 이사 서비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본가에서 가져올 물건은 쇼파, 침대, 그리고 대형 액자.. 전통가구라서 보양이 필요할 것 같아서 반포장 이사 형태를 선택했고 약300 km로 이동거리가 멀어서 플랫폼 이사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일하시는 분들간의 팀웍, 견적담당자의 내용 전달 누락, 현장에서 딴소리 하기 등등... 일반 이사보다 위 부분이 플랫폼 이사에서 좀 더 우려되긴 하였으나, 옮길 짐이 단순하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견적 상담하시는 분이 상세하게 묻고 사진도 보내주면서 비대면이지만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설명했다.그래서 조금은 안심했다. 출발지에서 사다리차, 기사님, 도움1인, 도착지에서 기사님만 하고 짝궁이 투입하여 돕는 것으로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용달차량만 부르는 것과..

소소한 일상 2024.10.14

이사를 하고... 느낀 행복감

이사를 하고 한달 정도가 지났다. 10여년 만에 하는 이사라 낯설고,시도를 경계를 넘나든 이사라 환경이 크게 변했다. 출퇴근도 30분이 더 길어졌고, 아이도 전학을 했으며사는 곳도 주택에서 아파트로면적도 넓어졌다. 새가전, 새가구, 최첨단 환기설비...  그 모든 것을 압도했던 낯섬과 이질감 그리고 장거리 출퇴근에서 오는 피로  10월의 퐁당퐁당 휴일 첫날... 새벽에 내린 비로 더욱 선선해진 바람창을 조금 열어둔다.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울렸다.  그래..새 것, 좋은 것, 넓은 것도 좋지만 결국 따뜻한 햇살시원하고 보드라운 바람강요받지 않는 오롯한 시간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여백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건 이거구나~

소소한 일상 2024.10.01

집이란 무엇인가? 가족이 머무는 곳. 잠자는 곳. 몸을 보호하고 쉬어 가는 곳 가면을 벗고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 사랑으로 대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곳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충전하는 곳 힘들어도 맞잡은 손으로 헤쳐나가는 곳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곳 즐거움을 나누는 곳 함께 하는 기쁨을 알아 가는 곳 나에게 집이란 작은 우주요 작은 세상이요 출발점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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